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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독서후기

로맹 가리 장편소설 레이디L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를 읽으려고 마음을 먹었다가 실패하고 ㅠㅠ

사놓고 안읽은 책들부터 읽기로 했어요!

그 중 첫책이 '로맹 가리' <레이디L> 이었습니다.





저에게 최근에 가장 좋아하는 책을 꼽으라면 항상 에밀 아자르의 자기 앞의 생을 고르고는 했는데요.

너무 좋아해서 주변인들에게 선물로 주기도 했어요.

그래서 에밀 아자르라는 작가에 대해서 궁금증이 들기 시작할 때,

로맹 가리의 두번째 이름이 에밀 아자르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자기 앞의 생이 어린 아이의 순수한 '사랑'에 관한 이야기였다면,

레이디L은 19세기 유럽의 아나키스트와 사랑에 관한 이야기에요.




저는 프랑스어를 대학에서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당시 문화와 역사에 대해서 잘몰랐기에

아나키스트에 대해서 잘 알지 못하고 책을 읽기 시작했어서 예전에는 1장만 읽고 책을 덮고 책장에 넣었어요.

이번에는 2장까지 읽는 순간 저도 모르게 빠져들어서 끝까지 읽었지만,



저같은 분들이 있다면 마지막 파트의 옮긴이의 말에 있는 배경설명을 먼저 읽으시면 많은 도움이 될 듯 합니다!






그런데 그녀가 하늘에 더 요구하는 게 있다면 몇 시간이고 창가에 앉아 밖을 바라보며 추억하고 꿈을 꿀 수 있도록 황금빛 둥근 지붕에 청명한 배경을 빌려달라는 것뿐이었다.

11p


사람들이 거창하게 '고령'이라고 부르는 나이는 당신을 상스러운 풍토 속에 살게 하고, 사람들이 배려할 때마다 그 풍토는 두드러질 뿐이다. 부탁하지도 않았는데 지팡이를 가져다주고, 한 발짝 내밀기만 해도 팔을 건네고, 당신이 나타나기만 하면 창문을 닫고, 마치 당신이 눈이라도 먼 것처럼 "조심하세요. 계단이 있어요."라고 속삭이고, 당신이 내일 죽으리라는 걸 알지만 그걸 감추려는 듯 짐짓 쾌활한 어조로 당신에게 말을 건다.

13p


동물과 관계를 맺고 녀석을 이해하고 사랑하기 시작하면 곧 우리 곁을 떠난다. 그녀는 이별이 끔찍이 싫어서 이젠 사물에만 애착을 가졌다. 가장 만족감을 주는 몇몇 우정을 그녀는 사물과 더불어 체험했다. 적어도 사물들은 우리 곁을 떠나지 않았다. 그녀에겐 동행이 필요했다.

16p


"… 그러나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게 한 가지 있어요. 당신은 나를 사랑한다고 말하는데, 누군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지 않고서 어떻게 사랑할 수 있죠? 나를 사랑하면서 어떻게 동시에 나더러 완전히 달라져서 다른 사람이 되라고 요구할 수 있죠?"

115p-116p


자신들의 고상한 인간적 감정과 고결함을 사회주의 학설로 여기고 절대적인 것을 꿈꾸는 몽상가들. 이런 사람들은 사회과학보다는 고상한 감정을 갖고, 고귀한 마음을 품고, 시적 영감에 속하는 영혼의 선의를 갖고 사회문제들에 접근한다……. 그들은 화가가 그림 소재 앞에 서듯이 어떻게 걸작을 만들까 고심하며 인류 앞에 선다.

127p


그녀는 밤새도록 잠들지 못하고 자유를 꿈꾸지만 벗어날 수 없어 절망한 채 줄담배를 피웠다. 그녀는 사랑이 잔인한 속박이 될 수 있으며 그것에서 벗어나려면 대단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고, 자신에겐 그럴 힘이 없다고 느꼈다.

147p


그녀는 오늘날 인간이 정말로 자유로워야 한다면 자신의 생각으로부터도 자유롭게 처신해야 하고, 논리에 전적으로 이끌리지 말아야 하며, 심지어 진리에도 묶이지 말아야 하고, 모든 것에, 모든 생각에 인간적 여백을 남겨두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유로운 인간으로 남으려면 아마도 자신의 생각과 신념마저도 뛰어넘을 줄 알아야 할것이라고 생각했다.

148p


그를 보는 순간, 그를 품는 순간 그녀의 모든 결심은 흔적 없이 사라졌다. 그녀가 느끼는 행복이 너무 커서 그와의 관계를 끝내기 위한 놀랍도록 정확한 온갖 이유도 현실성이라곤 없는 날조된 이론, 초라한 이론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151p




평소 정치 이야기나 역사적 배경이 필요한 것처럼 느껴지는 책을 접하게 되면 

레이디L도 마찬가지였지만, 책을 쉽게 덮게 되었었는데



이 소설의 모든 인물들이 너무나도 매력적으로 쓰여져 있어서 이번에 책을 읽을 때는 

3장을 시작하는 순간을 아끼고 싶은 마음에, 읽던 중에 책을 덮었어요.




소설책은 책을 읽는 동안 내가 여러 주인공들의 마음을 읽어볼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매력적인 것 같아요.

또,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주인공이 하면 엄청난 공감과 위로를 받을 수도 있고ㅋㅋㅋ



특히 레이디L을 읽으면서 느꼈던 점은, 로맹 가리가 남자였음에도 불구하고

주인공인 레이디L의 심리를 정말 잘 표현했다는 것이었어요.

이런 점에서 어떠한 분야의 '작가'님들은 정말 대단한 존재라고 생각합니다ㅎㅎㅎ




샤롤 드 골이 가장 아꼈다는 로맹 가리의 소설 레이디L을 추천합니다!